프로덕트와 마케팅 제작자의 책임과 윤리

제작자의 책임과 윤리

지난 14일, 홈플러스는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콜라보해 '서울우유 바디워시'를 출시했다. 타 제품과 협업해 이색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류의 펀슈머 마케팅은 꽤 익숙한 형태이나, 이번 홈플러스의 콜라보는 논란을 가져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해당 제품을 우유로 착각해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끔찍하다며,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불거진 것이다. 아이들의 경우 제품명이나 설명서 등을 꼼꼼히 읽지 않고 물건을 우선 만지고 먹는 경향이 있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에도 편의점 GS25는 문구 기업 모나미와 협업해 모나미 매직 디자인의 음료수를 출시한 바 있다. 이 때도, 한 편에서는 아이들이 실제 매직을 음료로 착각해 먹는 사례가 발생할까 걱정된다는 우려 및 비판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사례의 마케팅은 계속 있어왔다. 편의점 CU도 말표 구두약을 모티브로 패키지를 디자인한 '말표 초코빈', 구두약 통 모양 용기에 바둑알 모양 초콜릿을 담은 '최강 미니 바둑 초콜릿' 등을 판매했으며, 세븐일레븐도 시멘트 회사인 천마표와 협업해 '천마표 시멘트 팝콘'을 선보인 콜라보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좌) 홈플러스의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협업해 출시한 '서울우유 바디워시' [사진=홈플러스 제공], (우) 편의점 GS25와 문구 기업 모나미와 협업해 출시한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 2종 [사진=모나미 제공]

출처: "아이가 먹을까봐 끔찍" ... 우유팩 열다가 '화들짝'

이같은 상품 마케팅 외에도, 근 몇 달간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온 여러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떠올랐다. 올해 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스캐터랩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사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르기까지 했던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이벤트 조기종영 이슈,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GS25의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 사건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게는, 만우절에 서비스 기획자들 커뮤니티에 돌았던 정체불명의 이벤트성 서비스 'loooo' 때문에 개인정보와 관련해 많은 말들이 오간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너도나도 독특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가운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단지 고객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너무나 아찔하고 살 떨리는 순간들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제작자의 책임과 윤리적 기준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이 같은 사례들이 발생한 이후가 더 중요하다. 반면교사 삼고자,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기획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다각도로 고심하고 대비해야할까
두 번째, 그럼에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물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베스트지만, '대처'를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비판을 받는 경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어쩐지 유튜버들의 '사과문'과 '진정성 논란' 열풍이 떠오른다. 이미 불쾌함을 느낀 고객들의 마음을 설득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평소에 많은 고민을 하고, 명확한 기준들이 미리 마련되어 있다면, 좀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대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기업의 차원 뿐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 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제작자들에게 요구되는 이야기다. 몇 해 전, 서울대의 한 창업동아리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서울대생이 직접 쓴 '수험생 응원 손편지'와 서울대 생이 쓰던 '펜'을 판매해 논란을 빚었던 일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지 모르겠다. "편지를 쓴 서울대생의 전공은 랜덤"이며 "등급컷(학과별 입시 합격선)이 높은 순서로 선착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혀, '학벌주의와 서열주의'를 조장한다는 매서운 비판을 받고 무산되었다. 단적인 예지만, 윤리적인 고민과 책임이 부재한 참 안타까운 기획이었다. 앞으로는 직접 코딩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코딩하는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나면서, 프로젝트성 프로덕트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친구들과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제작자로서 지녀야 할 책임과 윤리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에 관련된 교육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1) 네이버 블로그 #오늘일기 챌린지와, 2) 지난 만우절, '힙한서비스들의 비밀' 커뮤니티에서 핫했던 가짜 서비스 'loooo'의 논란과 대처를 살펴보며 얻은 생각과 교훈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네이버 블로그 #오늘일기 챌린지 조기종영과 대처

 네이버 블로그 #오늘일기 챌린지 (출처: 네이버 공식 블로그)

네이버는 지난 5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일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린 모든 이용자에게 네이버페이 1만6000원을 지급하는 ‘매일매일 챌린지 #오늘 일기’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3일을 채우면 1000원, 10일이 되면 5000원, 14일까지 계속 글을 쓰면 추가로 1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포인트는 네이버페이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지급이 가능하며, 네이버는 챌린지 참여 전에 네이버페이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장, 유도했다. 네이버가 해당 이벤트를 오픈하자마자 수많은 사람이 몰렸고, 네이버에 따르면 여러 아이디로 복사, 글 붙여쓰기하는 등 ‘어뷰징’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았다. 이를 이유로 네이버는 3일 만에 이벤트를 조기종영하게 된다.

순식간에 수많은 블로거들의 참여를 이뤄낸 네이버 #오늘일기 챌린지 (출처: 네이버 공식 블로그)

이벤트가 조기종료되기 전 사흘 동안 오늘일기가 달린 블로그 글은 179만2014건이다. 네이버는 공식적인 참여 인원 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를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대략 6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모두 14일 동안 일기를 쓴다면 96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때문에 네이버가 비용 예측에 실패해서 조기 종료를 했다 등의 의견들이 돌기도 했다.

문제는 조기종료를 안내하는 네이버의 공식 블로그 포스팅 방식에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단 시간에 참여한 만큼, 다들 기대하는 바도 크고 열심히 참여한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어뷰저'라는 네이버가 겪는 손해를 앞세워 다소 일방적이게 마무리 짓고 넘어가는 느낌(?)을 준 것이다. 무거운 사과의 태도보다도, 일단 참여해줘서 고맙고 기쁜데 일부 어뷰저 때문이니까 양해 부탁한다는 식의 플로우였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사과의 말은 중간 즈음에 '사과드리며'가 전부였다. 조기 종료 안내 글에 정말 많은 댓글이 달리며 비난이 일었다.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애초에 어뷰징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말이 되냐, 3일차 만에 목표했던 네이버페이 가입자 수를 모두 달성해서 마치는 거 아니냐 등의 비난 일색이었다. 특히, 조기종료하지만 3일차에 해당되는 네이버 포인트 1,000원은 지급하겠다는 네이버의 입장문에 사람들은 분개했다. 16,000원을 계획하고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1,000원 먹고 떨어지냐는 소리냐, 우리를 거지로 보냐, 1000원 주고 네이버페이 가입자를 산 것 아니냐며 이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지점이 되고 말았다. 네이버의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네이버 블로그팀 내부에서는 단 하루라도 빠른 대처와 고객의 마음 달래기를 위해, 나름 고민 끝에 내렸을 해결책이었을 텐데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 '조기종료'라는 소식에 허탈함을 느끼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1,000원을 얻은 게 아니라, 15,000원을 빼앗긴 기분이었을거다. 고객 입장에서는 대기업 네이버가 어뷰저들 때문에 억대의 손해를 입는 것보다, 당장 내 주머니의 15,000원 손해를 보는 게 더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나 싶다.

5월 3일, 5월 4일, 5월 6일 세 차례에 걸쳐 공지된 네이버 #오늘일기 챌린지 관련 공식문 (출처: 네이버 공식 블로그)

출처: https://m.blog.naver.com/blogpeople/222336471988

네이버 블로그가 한창 국민들의 질타를 받을 때, 나는 네이버 블로그 팀 직원들이 대체 어떤 심정으로 출근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아찔했다. 하루 뒤 입장문을 다시 냈으나,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다. 다시 이틀 후 네이버 블로그는 '[공지] #오늘일기 챌린지 -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추가 안내 말씀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추가 안내 입장문을 게재했다. 놀라웠던 점은, 댓글을 다시 쭉 살펴보니 첫번째 입장문과 비교했을 때, 세번째 입장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답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의심과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앞선 입장문들과 비교했을 때, '응원한다', '기다리겠다', '진작 이렇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 불 같았던 고객의 마음을 어느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네이버 블로그의 세번째 입장문을 해체해보았다.

[공지] #오늘일기 챌린지 -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추가 안내 말씀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 팀입니다.

저희의 미흡한 준비로 인해 #오늘일기 챌린지에 참여해 주신 블로거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포인트 지급 일정]
#오늘일기 챌린지에 3일 동안 참여해 주신 분들께 지급되는 1,000 페이 포인트 지급 일정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기존에 5월 27일로 안내드렸던 1,000 페이 포인트 지급은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5월 7일(금) 중 완료되도록 하겠습니다.

[챌린지 재개 안내]
이와 함께 앞선 공지에서 약속드렸던, 챌린지 재개 문의에 대해서도 답변드립니다.

조기종료한 #오늘일기 챌린지에 보여주셨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속히 재개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오늘일기 챌린지를 통해서 보내주셨던 여러분들의 기대와 성원은 그대로 담고, 미흡했던 점들을 보완하여 #오늘일기 챌린지를 5월 24일에 재개할 예정입니다.

기존에 저희가 다소 불분명하게 안내드렸던 참여 방법에 대해서도 기준을 분명하게 정비하여 챌린지 상세 내용과 함께 5월 17일에 별도로 안내드리겠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만큼, 블로거분들의 다양하고 진솔한 기록을 독려해 드리고자 했던 본래의 취지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올리며, 블로거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블로그 서비스가 되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팀 드림

네이버 블로그의 3차 입장문을 통해, 내가 파악한 교훈은 다음과 같다. 사고 발생 시에는 다음과 같은 사안을 염두하자.

1. [사과] 세 번에 걸친 정중한 사과

첫 번째 입장문에서 지나가듯 언급했던 가벼운 사과와는 달리, 3차 입장문에서는 사과가 세 차례나 반복된다. 확실히 저자세이고 정중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 아무리 친해져도 고객은 왕이라는 근본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고객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

2. [인정] 하나씩 짚으며 자사의 잘못을 인정

3차 입장문에서는 어뷰저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마디도 없다. 어뷰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첫번째 입장문과 달리, 세번째 입장문에서는 오직 불분명하게 안내하고 미흡하게 준비했던 자사의 책임이라는 것을 전달했다. 앞선 입장문에서 고객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너네 때문에 조기 종료하는 거야'라는 말로 읽히니 기분이 좋지 않았을 법하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이기는게 우리가 이기는 길이다..

3. [책임과 보답] 고객의 혜택을 보상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처와 책임

첫 번째 입장문에서는 '앞으로도 블로거 분들이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고민하겠다'고 마무리 짓는다. 고객은 '열심히 고민'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열심히 고민하는건 당연히 알아서 하는 거고, '잘 하는 게' 중요하다.

1) 그래서 실질적으로 고객이 관심과 시간을 들인만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두루뭉술하게 끝난 앞선 입장문과 달리, 마지막 입장문에서는 구체적인 날짜를 포함해서, 어떻게 대응 중인지 밝히고 있다. 고객은 일어난 일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원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2) 또한, 그 이야기를 너무 대놓고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
고객과의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다. 고로,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이벤트는 모두, 우리에게 관심과 사랑을 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보답'하고 '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견지해야한다.

아.. 쉽지..않다.

만우절에 일어난 정체 불명의 서비스 loooo

지난 만우절, 프로덕트 기획 커뮤니티 '힙한서비스들의 비밀' 오픈카톡방에 화제가 되었던 loooo.app @deepwidestudio

'힙한 서비스들의 비밀'은 프로덕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지식공유 커뮤니티다. 지난 만우절, 신규 서비스 초대장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며,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아무래도 기획자들이 많은 방이다 보니, 새로운 서비스에 더 열광적인 호기심과 반응을 보였다. 나는 초대장이 없어서 가입하지는 않았으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 전화번호를 포함한 개인 정보가 수집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회원 가입 후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직 없는 상태였고, 다들 '이게 어떤 서비스인지', 'PMF를 테스트 중인 앱인건가'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loooo의 안내 페이지 @looo.app

https://loooo.app/

만우절 이후, loooo는 진짜 앱이 아니며, 일종의 프로젝트성 이벤트였다는 글이 게재되었다. 이를 보고, 힙서비 내에서 아쉬움과 우려, 불쾌감을 표하는 많은 의견들이 오갔다. 특히, 해당 안내 페이지에는 제공했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다는 안내가 나중에야 추가되었다. 수집 당시 동의를 챙기거나, 어떻게 파기할 것인지에 대한 약관 명시가 있어야하는데 일방적으로 개인정보 제공만 하게 되어서 찜찜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해당 정보를 악용한 피싱 메세지 등의 위험성으로 연결될 수 있어 불안하다는 의견, 사과 메시지 부재에 대한 불쾌함,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지인들에게도 초대장을 나눠줬는데 아차 싶었다 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개인들의 가벼운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였더라도, 개인 정보를 수집했던 만큼 제작자들의 정보보안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며, 흥미를 유발하는 초대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이같은 방식은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loooo.app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아주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이와 유사하게 고객에게 Fake product를 만들어서 미리 '될 만한 놈을' 찾는 방식 이면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언급됐었다. 이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프리토타이핑'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언급되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다시 뒤적여보았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가짜 문 프리토타입'이라는 개념과 이 프로토타이핑 기법 이면에 있는 윤리 문제를 해결하는 나름의 방법을 제안한다.

가짜문 프리토타입과 윤리문제

프리토타입은 프로토타입 이전의 개념이다.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 상품이 제작되기 이전에 '있는 것처럼' 위장해서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제안하는데, 그중에서 '가짜문 프리토타입'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짜 문(Fake Door) 프리토타입은, 아직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만한 '현관문'(예컨대 광고, 웹사이트, 브로셔, 매장 입구 등)을 설치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질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어떤 동네에 서점을 낼 것을 고민 중인 상황이다. 이 때, 적어도 매일 지나가는 사람 중에 0.5퍼센트(200명 중에 한명)은 한 번 이상 가게를 방문할 정도의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가게를 대여하고 서적을 매입하고, 직원을 고용하는 등의 상당한 자본 투자에 앞서서, 저렴한 비용으로 가설을 검증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거리에 20달러를 투자해 안내판을 만들고 가짜 서점 문을 만들어 몇 명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안에서 기록한다.

1) 문 앞을 지나는 사람의 수
2) 안내판을 읽어보는 사람의 수
3) 걸음을 멈추고 노크를 하는 사람의 수
4) 노크를 하는 횟수(노크를 많이 할수록 관심이 더 큰 것임에 틀림없다.)
5) 노크를 하는 사람의 연령, 성별, 기타 특징 (예를 들어 옷을 잘 차려입은 중년의 직장인 남성, 여대생 등)

이를 통해, '나만의 데이터'를 축적하여,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실험하고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와 기법들이 있으나, 컨셉은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저자는 이 같은 방법이 너무나 효율적이고 효과가 좋지만, 약간의 기만이 포함되어 있어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만 때문에 특정 제품군(예컨대 의학 기구나 의료 서비스 등)에는 이같은 전략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외의 경우 그가 제언하는 것은, '문을 두드린 사람들에게는 후하게 인심을 쓰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나만의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들에게는 수고에 대한 대가로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돌려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윈윈의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문에 노크를 하거나, 거짓 랜딩페이지에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보상을 해주는 것.
이때, 보상은 아무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고객이 액션을 취함으로써 기대했던 목적에 부합하는 비슷한 류의 보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서점의 가짜 문을 노크했을 때, 직접 다가가서 테스트 중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다음, 그 사람에게 책을 살 수 있는 10달러짜리 아마존 상품권 같은 것을 주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가짜 문 프리토타입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면 '비슷한 보상'을 해주라고 권장한다. 그러면 잠재적 고객은 공짜 선물을 받고, 우리는 죄책감 없이 '나만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 '윈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모든 경우에 기만에 대한 면책이 되느냐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염두하면 좋을만한 방법 같다.

모든 것이 온라인 상으로 공유되고 기억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작은 기획을 하더라도, 사회적인 책임감과 윤리적인 고민을 담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하나씩 더 배워간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언제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나 새로운 인사이트는 대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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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말했습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저는 '철학'을 전공하며 인간의 근본에 대해 탐구했고,
인간의 일상을 기술적으로 혁신하는 'IT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깊어지기 위해, 천천히 넓은 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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