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ing Project] 자기 객관화 & S.O.S

"요즘 뭐하고 지내?"

 

언제부턴가 대면하기 무서운 말이 되어버린 안부인사.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 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야말로 내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 상태다. 지난 2월부터 내 책장에 새롭게 쌓인 책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저 두서 없는 책들의 목록이 아수라장인 내 뇌를 대변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코미디다. 다 읽었냐고? 물론 아니다.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내 책장에 새롭게 쌓인 책

 

그동안 스티브잡스가 스탠퍼드 졸업 연설에서 말했던 그 유명한 'Connecting the dots'의 정신을 믿으며,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점들을 무작정 내 딴에는 열심히 찍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새로운 성장과 도약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보다는 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직관과 감을 넘어, 논리와 근거 있는 체계 속에서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분야의 어떤 유능함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일단 몸 담고 있던 공간디자인스튜디오 일을 스톱했다. 그리고 '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서 없이 이것 저것 말 그대로 '찔러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순차적으로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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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서비스디자이너? UX디자이너? UX 리서처?그래픽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UN 국제기구 출신 크리에이터? 광고기획자?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경영 컨설턴트? 브랜드 컨설턴트? 에디터? 데이터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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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것 중에 그 어떤 것도 잘 알고 있거나 따로 배운 것은 없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필요하다 싶으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놀랍게도 이 모든 것들을 하나씩 정말 끊임없이 찔끔찔끔 '찔러보기만' 했다. 일하던 공간디자인스튜디오를 나올 무렵부터, 나의 지난 4-6개월을 복기하며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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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봄 리스트]

1) 대책 없이 카메라 키고, 무언가 찍고서는 편집한다고 거의 이틀을 꼬박 밤새웠다. 거 뭐 대단한 거라도 할 것처럼 유튜브에 올렸다. 그리고 잠정 폐업상태인 불쌍한 나의 채널과 면목 없는 감사한 구독자님들. 

2) Coursera에서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강의를 들었다. 한 동안 삼각자와 샤프와 매직을 들고 다니며 찐 디자이너인 척 폼을 잡고 다녔다. 지금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삼각자를 always 소지중.

3) Coursera에서 서비스디자인 강의를 듣고, 간단한 서비스디자인을 해보겠다며 '독서 습관 혹은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 대해 12명의 사람들을 1시간씩 인터뷰하고 녹음한 오디오를 일괄 텍스트로 땄다. 다양한 의견들을 포스트잇에 붙여가면서 분리하고 구조도를 만드는 흉내를 실컷 냈다. 방구석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며 '린하게!'를 외치며 혼자서 되도 않는 뭔가를 기획했다. 프로토타이핑툴 figma를 깔아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금새 이상과 현실의 갭을 뼈아프게 느끼며 흐지부지.  

4) 갑작스럽게 제일기획 자소서를 쓰고, 에타에서 사람들을 모아 광고직 Gsat 스터디를 진행했다.

5) 아마존의 밀리언셀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친구와 함께 의류 관련 사업을 하시는 친구 아버지 회사에 찾아가 '수출해드리겠다'며 야심차게 PT를 발표했다. 허허 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으나, 어찌저찌 코로나가 심화되고 친구가 취업해서 잠정 중단.

6) 유엔에서 지정한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에 관한 Cool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인스타그램에 '스디지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으로 약 한 달간 나를 갈아 넣다가 이 또한 잠정 폐업중. 

7) 말도 안 되는 디자인 실력으로 몇몇 지인의 새로운 프로젝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고 로고 디자인을 해줬다.

8) <기획의 정석>, <맥킨지 문제해결법>과 같은 책을 찾아 읽고 2주간 밤새서 광고전략 공모전을 나갔다. 

9) 유엔해비타트 청년위원단에 들어가 브랜딩 작업을 리드하고 로고 디자인을 했다. 내가 제안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네이밍, 로고가 채택되어 사용중. 

10)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여 몇몇 테크 기반 기업과 스타트업 인턴을 지원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고민 끝에,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OKR과 KPI 설정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성공 경험을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좋은 게 좋은 프로젝트'는 이제 그만.

11) 통계학 책을 덜컥 사서 1강만 들었으며 데이터분석준전문가 자격증을 따겠다고 책 값으로만 거즌 10만원을 일단 썼다. 아이템 준비 완료. 하지만 하나에만 집중을 못해서 딴 거 하다 밀려 진도가 굉장히 느림. 아직 쬐끔밖에 안 봤는데 일단 어려울 예정.

12) 2020소셜벤처 경연대회 같은 컴피티션 관련한 공고글을 보며 머리를 굴리고는 동료를 찾고 있다. 

13) Edwith의 디지털마케팅 강의를 보고있다. 구글애널리틱스를 배우면서 실험해보겠다고 tistory 계정을 파고 이렇게 지금 글을 쓰고 있다. 말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인데 지금, 한창 글을 쓰던 중 굳이 내 웹사이트가 없어도 실습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음. 

 

 

이것 저것 잡다한 '찔러보기' 결과의 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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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답이 없구나?

 

와 이렇게 적나라하게 적고 보니, 대체 나는 뭐하고 있는 애지? 노답과 최악의 어느 즈음의 향기가 난다.

어떠한 것에도 결실을 맺지 못한 채, 간만 보는 정도만을 반복하다 4개월이 지났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적어본다. 반성할 겸 조언을 얻을 겸.. 이 지점에 내가 필명을 'deepdiver'로 정한 이유가 있다. 지금 Deep diver의 정반대로 살고 있는데, '장인 정신'을 발휘할 정도로 깊게 파고드는 딥다이버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애써 침착하게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가?"

1)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일이면서,
2)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3)그 가치 생산과 소비가 지속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

이게 어떤 형태일지, 내가 어떤 방식과 역할로 이 일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원하는 건 워라밸이 아니라 '일' 속에서 완성되는 다른 차원의 나다. 

 

와 정말 이상적이고 몽상가스러운 발언이라는 거 나도 안다. 능력은 부족한데 꿈은 몽상의 극치라서,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건가 싶다. 정신을 똑띠 차려야 한다. 이 이상적인 일을 하기 위해 팀으로 움직였을 때, 나는 어떤 강점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무얼 자신있게 담당할 수 있을까?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나만의 뾰족한 강점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찔러보고 다녔지만, 정작 'deep dive'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갈팡질팡 중이다. 누가 그냥 "너 이거 잘하잖아. 이 길의 끝에는 이런게 있는데 이 수준을 목표로 더 깊게 파봐!"하면 그냥 그거 하고 싶을 지경이다. (근데 만약에 그게 개발이라고 하면 앞이 깜깜해질 것 같다) 

실은 찔러봤던 많은 일들이 조금만 깊게 들어가려고 하면 재미없게 느껴졌다. 어렵기도 하고 선발주자들이 턱 없이 잘해보여서 더 그랬으리라. (남들은 몇 년을 쌓아온 일이므로 그들이 잘하는 게 당연하거늘..) 또 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일은 왠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전도유망해 보이는 일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아..어쩌라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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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좀 도와주세요! S.O.S

 

 

 

제 자리를 맴돌면서, 나와 달리 하나의 우물로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는 수많은 딥다이버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작지만 하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갈피를 못잡고 있을 수는 없다. 내 인생을 두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름하여 Deep Diving Project. 아무래도 프로젝트 병에 걸린게 틀림 없다. 그냥 혼자서 하는 거지만은, 이 프로젝트의 OKR과 KPI를 정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일단 지금까지 '자기객관화'의 시간을 가졌다. 혼자 딥 다이빙 못하고 고군분투하다가, 고개를 들고 이렇게 도움을 요청해본다.

 

"저 제대로 가고 있는거 맞는 걸까요. 너무 스스로도 가면서 정신이 없어요. 지금 이 시간들이 결과물 없는 공백기처럼 느껴져서 불안해요. 하나에만 집중이 안돼요. 경험은 어디서 쌓나요. 성공 경험을 만들 기회를 찾고 싶어요. 일단 뭐라도 새롭게 배우면 생길까요? 도와주세요.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언 좀 해주세요. 아니면 좀 혼내주세요. 아니면 무급이라도 좋으니 누가 저 일 좀 시켜주세요. 일 하고 싶어요. 딥 다이브 할 수 있어요. 어떻게서든 해내고야 말 자신 있어요. 들리시나요? S.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