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 탐사] 밀리의 서재 퀵하게 돌아보기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밀리의 서재 이야기

@밀리의 서재

2016년 7월 시작된 밀리의 서재는, 2017년 10월부터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 3월, 협력출판사가 최초로 1,000곳을 넘어섰다고 한다. 누적 회원은 300만명, 서비스 도서 10만권 돌파에 이은 성과라 발표했다. 밀리의 슬로건은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라'로 '모두의 일상에 독서릴 1밀리+ 더 가까이'를 목표로 하고있다. 최초에 등장했을 당시에는 출판계와의 대립/갈등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 밀리의 구독경제는 침체된 도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자칫 전자책으로만 쏠릴 수 있는 관심을 오리지널 콘텐츠 출간을 통해 종이책으로 돌리는 등 종이책 시장과의 상생도 꾀했다.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 뿐만 아니라, 유명인이 읽어주는 오디오북, 채팅 형태로 요약해서 전달해주는 '챗북', 최근에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동으로 책을 넘겨주는 인공지능 시신 추적 기능, 내가 만드는 오디오북(이용자가 직접 오디오북을 제작해 구독 수에 따라 정산), 3분리뷰(영상 독서 후기로 구독 수에 따라 정산)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겸한 시도까지 펼치고 있다.

 

밀리의 서재 현황(좌) @머니투데이, (우) 시선 추적 설정 @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는 기존 독서인을 타겟으로 하지 않은 서비스다. 이 또한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는데,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그러지 못한 비 독서인의 흥미를 끌기 위한 시도들이 서비스의 주를 이룬다. 밀리의 서재를 들어가보면, 실로 편집샵에 온 듯하다.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독서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밀리의 밀당하는 온보딩

원하는 IT 업계 관련한 도서들을 구독형태로  적은 가격에 더 많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에 구독 해보았다. 나는 원하는 도서 카테고리와, 읽고자 하는 책들이 명확한 고객이다. 밀리의 서재는 애초에 회원가인을 하지 않으면 도서 검색을 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라, 내가 원하는 책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싶다면 일단 회원가입을 해야했다. 회원가입과 첫달 무료 구독은 거의 자연스럽게 한 세트로 진행이 되었다. 첫달 무료가 구독 진입장벽을 많이 낮춰주고 있는 듯 하다. 어차피 첫달 무료니, 일단 월 구독해보고 들어와서 검색도 하고 둘러보라는 밀리의 의도가 엿보인다. 보유 도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노출하지 않기 위함일수도 있겠다. 

 

밀리의 서재 검색 시, 미리 제시해 주는 추천 검색어 @밀리의서재

밀리의 서재는 서비스 초기 단계부터 방대한 콘텐츠로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알려졌지만, 조금만 살펴보고 나니 나같은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서비스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독서를 통해 학습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고, 생산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유한 도서군이 현저히 적다고 느껴졌다. 밀리 회원들의 대부분이 2030 여성 구독자들이며, 독서 이용률 중 소설, 에세이 분야의 비중이 50%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도서 검색 단계에 진입했을 때, 이러한 밀리 내의 독서 동향을 또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밀리 추천 검색어'로 보여주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마음은 가슴에 있는게 아니라 여기에 있어!', '그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 들었어?' 등 감성적인 문구들이 많다. 확실히 특정 주제분야 지식 습득을 위해, 독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나의 독서 성향과는 많이 달랐다. 다만, 독서 입문자 혹은 소설/에세이을 즐겨보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큐레이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밀리야..  나 지금 어디에 있어? 

밀리의 서재는 다양한 큐레이션을 노력했지만, 다소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의 나열이 복잡하게 느껴졌다. '복잡도'의 측면에서, 밀리의 서재 첫 뷰와 아마존 북스의 첫 뷰를 비교해보겠다. 하단의 스크린 캡쳐는 모두, 밀리의 서재 메인 뷰 '투데이 tab'에서만 스크롤다운 한 내용들이다. (밀리는 모바일에 보다 친화적인 서비스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정말 다양한 큐레이션과 제안의 연장이다. 어떻게 보면, 츠타야와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벤치마킹한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이 생각났다. 실제 고객의 편의성 측면을 고려했다기 보다, '책 속에 있다'는 감각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 점이 오버레이 되었다. 

 

밀리의 서재 메인뷰 일부 @밀리의 서재

실제로 스크롤을 내리다보면 체감은 거의 무한 스크롤과 유사한 것 같았다. 끝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무엇부터 눌러봐야 할지가 다소 애매했다. 밀리가 제안하는 큐레이션의 영역은 다소 감성적인 쪽이 많다고 여겨져, 개인적으로는 크게 매력적이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갔니 나의 감성..) 밀리의 '투데이' 피드의 구성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오늘의 책

2) 한 달이내에 출간된 책

3) 제2의 삶을 시작하기 위한 공부법

3) 오디도북, 완독으로 무제한 친해지리

4) 밀리 오리지널 로맨스

5) 이번 주 취향별 추천 책

6) 이럴 땐 이런 책

7)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8) 밀리 작가 특집

9) 밀리로 멋진 일상을 사는 이야기 (동영상)

10) 실시간 하이라이트

11) *유명인*이 추천하는 책

12) 오늘의 첫 문장

 

밀리와 아마존 북스

아마존 북스를 보자. 물론, 두 서비스의 목표와 방향과 수익 모델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북 콘텐츠를 제공하는 복잡도의 측면에서만 가볍게 살펴보고자 한다. 

아마존 북스 웹사이트 메인뷰 @Amazon Books

아마존 북스가 조금은 투박해보일지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직관적'이다. 1) 추천 도서, 2) 최근에 릴리즈 된 도서들, 3) 베스트셀러, 4) 가장많이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 5) 인기 작가&시리즈. 직관적이다. 최상단으로 돌아가서, 아마존이 제공하는 북 카테고리를 보자. 

1) Art & Photograpy, 2) Biographies & Memoirs, 3) Business & Investing 4) Childrens'Books, 5) Cookbooks, Food & Wine, 6) History, 7) Literature & Fiction, 8) Mystery & Suspense, 9) Romance, 10) Sci-Fi & Fantasy, 11) Teens & Young Adult

우리에게 익숙한 카테고리인 듯 한데, 잘 생각해보면 삶의 모든 바운더리를 커버했다.

 

아마존의 도서 대분류 @Amazon Books

 

밀리의 서재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보유한 전체 도서에 대한 전체 카테고리 구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기존 카테고리의 영역을 부수고 재편집한 츠타야의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고, 밀리의 서재 주요 고객 관심사에 주력하고자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혹은 보유 도서 목록의 한계일 수도 있다. 서비스 내를 돌아다니다보면 간혹 '카테고리'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있으나, 이 역시 제한적이다. '일반소설', '판타지/무협', '로맨스/BL', '만화'/ '종합', '트렌드', '라이프', '힐링', '지적교양', '소설'으로 구성되어 있다. 

 

밀리의 서재 도서 카테고리 @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 도서 카테고리 @밀리의 서재

 

구독해지와 회원 탈퇴

한 번 대략 둘러보고 나니, 내가 원하는 책들을 찾기 어려웠다. 내가 타깃 고객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월정액 구독을 해지하고 탈퇴를 진행했다. 그런데, 탈퇴 프로세스에서 센스있다고 여긴 부분이 있었다. 사실 이 포스팅은 탈퇴 프로세스를 경험하다가 기록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밀리의 서재 회원 탈퇴를 위한 자동결제 해지 신청 @밀리의 서재

회원탈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시작한 '자동 결제'를 먼저 해지해야한다. 해지 과정은 간편하다. 다만, 단계마다 탈퇴와 해지를 저지하는 완곡한 제안들을 한다. 가정 먼저, 나의 서재 이용 현황을 보여준다. 만약 내가 기존에 서재에 기록했거나 적립해뒀던 포인트들이 많다면, 탈퇴과정에서 내 서재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꽤 효과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애초에 히스토리를 쌓기 전에 이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었다. 이후, 자동결제 해지 과정에서 ''독서를 멈추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라든가, "아직 읽을 책이 이렇게 많은걸요"와 같은 문구들을 보여준다. 사실 나는 내가 원하는 독서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밀리를 탈퇴하는거지, 독서를 멈추는 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일반적인 방법이라 여겨진다.

 

 

구독해지 제고를 요청하는 밀리의 서재 @밀리의서재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은 바로 하단의 '해지하기 전 소중한 의견을 부탁드려요' 부분이었다. 웬만한 서비스들은 모두 탈퇴/해지 전에 피드백을 요구한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해지 사유를 선택하면 바로 관할 멤버의 chat 형태의 메시지가 등장한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직함과 함께 해지 제고 요청 메시지를 받는 경험이 신선했다. 궁금해서 선택지들을 하나씩 다 눌러봤다. 그럼에도 하단의 '지금 해지'를 클릭하면 '이러한 혜택이 있어, 그게 모두 사라질텐데 그래도 해지하겠냐?'는 최후의 변론을 한다. 

 

구독해지 제고를 요청하는 밀리의 서재 @밀리의서재

 

해지를 완료하고 나면, 구독 만료일 전까지 언제든지 해지를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동결제 해시 신청' 페이지를 띄워준다. '해지 취소'가 적혀있는 보라색 버튼이 눈에 띈다. 

자동결제 해지 후에도, 해지 취소 기회를 주는 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

 

 

여기까지 이르면, 나는 원래 회원탈퇴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벌써 뭔가 끝을 낸 기분이다. 하지만, 회원탈퇴를 위한 자동결제 해지를 했을 뿐이다. 다시 '관리'>회원탈퇴로 이동해, 회원탈퇴를 마저 진행한다. 

회원탈퇴 화면 @밀리의 서재

회원탈퇴의 탈퇴사유 입력은, 구독해지와는 좀 달랐다. 이 단계까지 온 고객들은, 이미 구독 해지의 과정을 거친 고객이기 때문일 것이다. 회원탈퇴 이후, 밀리의 서재 랜딩페이지로 이동했다. '이것도 독서당!'이라며 독서의 새로운 정의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만 독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자기전에 오디오북을 듣는 것 또한 독서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밀리의 서재 랜딩페이지 @밀리의 서재

수많은 아티클과 다양한 지식 콘텐츠들이 인터넷 속에 범람하지만, 여전히 책이 주는 가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잘 정제된, 한 곳에 모아진 양질의 정보라는 점에서 말이다. 비록 나는 밀리의 서재 타깃 고객은 아니었으나, 퀵하게나마 밀리의 서재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이패드가 생긴 이후로, 실용서적 카테고리의 ebook들을 월정액으로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을 찾는 중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나 새로운 인사이트는 대환영입니다. 🙌

.

.

.

.

.

DEEP WIDE STUDIO

스피노자는 말했습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저는 '철학'을 전공하며 인간의 근본에 대해 탐구했고, 

인간의 일상을 기술적으로 혁신하는  'IT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깊어지기 위해, 천천히 넓은 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더 가까이 소통해요!

Instagram @skyblueyekk

Github: https://github.com/yekyung2

Gmail skybluee20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