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할까?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어제 팀원이 친구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되게 가볍게 지나간 이야기였는데, 나는 순간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 팀원이 바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정도라면, 부담이 많이 컸나보다 하고 내심 마음이 쓰였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아마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한 데에는, 우리가 너무 작업에 몰두하다가 '일만 하는 사이'로 남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서 나온 것 같았다. (다들 안시켰는데 너무 열심히 해...) 가뜩이나 온라인이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부대끼며 동고동락하는 느낌이 적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초반에 너무 힘빼지 않고 멀리 갈 수 있게 같이 완급조절하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맞아맞아 하고 지나고 보니, 저 문장이 계속 내게 불쑥불쑥 떠올랐다. 왠지 씁쓸했다. 무엇이 나를 씁쓸하게 만드는지, 쌓여있는 할일거리 제쳐두고 이렇게 펜을 잡았다.

 

SOPT에서 PM을 준비하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애초에 여기가 직장도 아니고, 적정선을 지키며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말이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가치관과 목표도 다르기 때문에, 동의하고 숙지했다. 괜히 혼자 오버하지 말고 적당한 무게로, 적당한 정도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해야하나 생각했었다. 그러다 문득, 그냥 내 스타일대로 가보자 싶었다. 이곳에 모인 친구들이 다 저마다 다른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왔을텐데, 개중에 나랑 비슷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냥 나의 온도와 스타일, 그런 것들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내 생각에 동의하는 친구들이라면 다가와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라면 아닌거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여기가 직장도 아니고'라는 말이 뭔가 이상하다고 여겨진다. 열심히 한다고 그게 직장과 비교되는 건 아니지 않나? 또 직장에서 돈 준다고 다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뭐 그런 생각. 200여명의 동아리원들을 위해 고생하는 이곳 운영진만 봐도 그렇다. 익명의 피드백 및 쓴소리까지 받아가며,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이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할까? 

 

팀에 있어서 내게 1순위로 중요한 것은 '동반성장'이다.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성장을, 함께라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런 경험을 함께했던 친구들과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모종의 전우애로 이어진 기분이 들곤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돈 주는 것도 아닌 일들에 언제나 진심이었다. 어쩌면 그런 일들만 골라서 해온 것 같기도 하고. 글쎄, 그럼 역으로 돈 주는 일이라면 더 열심히 했으려나? 애초에 돈을 생각했으면 오히려 안했을 일들이 더 많다. 돈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모인 이 시간들을 돈에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은, 이 시간과 기회의 본질을 흐리는 것 같다. 달리고 싶어져 달리려다가도 주춤하게 만들고, 괜히 눈치보게 되는 그런..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열심히'의 부담을 주고싶지 않다. 각자의 온도와 속도로 함께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그런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꿈꾼다.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재미있고 보람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팀원들이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돈으로 맞바꿀 수 없는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때가 있다. 그 '때'라는 걸 놓치면, 그럴 기회를 다시 만들어내기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눈치보며 '적당히'를 유지하다 후회하지 않고 싶다. 내가 만나는 이 친구들과 이 시간들, 그리고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 적당히를 신경쓰다가 진심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내 욕심일까? 

 

 

 

 

이십대 초반에 오랜 친구와 떠난 유럽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 중 하나는, 돌이켜보면 쌩 고생했던 순간들이 많은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힘들게 걷다 들어간 식당에서 먹물리조또를 시켰는데, 차마 삼킬수 없는 강렬한 짠맛에 둘다 할말을 잃었다가 실소를 터뜨리던 그 순간이 왜이리 웃긴지. 경유했던 아랍에미리트에서 사막을 가로질러 택시타는게 왠지 무서워서, 길 없다는 택시기사들의 말을 무시하고 생고생하며 어찌저찌 공항으로 되돌아왔던 그런 기억들. 그런 것들이 참 생생하다. 고등학교 수험생활 시절, 반복적인 하루 속에서 사이사이 쉬는시간, 점심, 저녁시간이 그토록 재밌었던 때를 떠올려본다. 내가 생각하는 재미와 즐거움은 그런 자연스러운 것들이다. 

 

어제 다른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친구에도 종류가 다양하다고. On일때 친구가 있고 Off일 때 친구가 있는데, 그 카테고리는 서로 다를 뿐, 만남과 연락의 빈도수가 그들과의 친밀감이나 중요도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간혹 On-Off 둘다가 가능한 친구들이 등장하는 데, 그것은 억지로 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우리 팀 안에서도 팀원마다 이런 것들이 얼마든지 나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On일 때 합이 잘맞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고 Off일 때 의외의 케미를 발하는 친구가 있을수도 있다. 혹은 On과 Off모두가 가능한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을 모두에게 어떤 한 방향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On-Off를 함께 마주해보며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나면, 팀원들 각각에게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그 각각의 윤곽을 존중하고 싶다. 

 

생각이 많았질 무렵, 어제 팀 전체 회고를 진행하며 안도감을 느꼈다. 우리는 잘 가고 있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피드백을 반영해서 더 좋은 팀문화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솔직한 이야기들을 공유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어깨에 힘은 빼고, 온도는 따뜻하게 유지한 채 같이 가보자 다짐했다. 서로의 마음을 잘 확인할 수 있는 기회들을 좀 더 많이 만들어볼 참이다. 팀은 마치 결혼과 같다는 띵언을 남긴 친구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우리팀은 현재.. 신혼생활중..

 

 

우리가 함께 나눈 1주차 회고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라는 질문을, 이 글을 통해 발판삼고 레벨업하고자 한다. 그냥 어디가서 우리 팀원들이 이런 질문을 듣고, 괜히 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재밌어서 하는데?"하고 가볍게 받아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더 많은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최고의 팀, 좋은 팀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여전히 나에게 참 어려운 숙제다. 요즘 드는 생각은, 모든 팀에 해당되는 정석같은 하나의 룰 같은건 없다는 거다. 팀마다 구성원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이 노력과 시간이, 당장의 돈으로 보상되지 않더라도, 돈이든 뭐가 됐든 더 큰 무언가로 되돌아올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 여기에 내가 있을 수도 없었다. 고로 나는 굴하지 않지!

 

 

이 글을 읽고 나타난 팀원은 내게.....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또 그만 오버를...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