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지나고 있는 시간과 생각들

 

 

왠지 잠이 오지 않아 끄적여본다. 꽤 오랜 시간동안, 무얼 하고 지내는지에 대한 포스팅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잠시간 짧은 회고를 진행하고자한다. 요즘 나는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집중하고 몰두하고 있다. 지난 몇개월 간 홀로 고객인터뷰,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120명 대상 정량 설문조사, Lean Canvas 작성, 유사서비스/경쟁 서비스 분석 등의 과정을 거쳐 기능 구체화를 해나갔고 1차 IA & Wireframe 작성 등을 완성했다. 이 서비스 기획안을 들고 PM 경선(SOPT)에 나가 기획자, 디자이너들과의 팀빌딩을 마쳤다. 디자이너들과 2주간 서비스와 브랜딩을 구체화한 뒤, 웹 & 서버 개발자들과의 2차 팀빌딩을 진행하게 된다. 현재, 새롭게 맞이한 우리 기획, 디자인 팀원님들과 1주일을 보냈다.

 

지난 여름, AOAS팀과 고군분투하며 해커톤도 나가고, 항해일지 버전업 프로젝트, 여타 대회 들을 진행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음을 새삼 느꼈다. 우리가 그때 그렇다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디지털 프로덕트', '협업'과 '팀'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한 발짝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몇 달 지나고 서버 공부를 조금 하고나서보니, 항해일지 버전업 프로젝트에서 내가 했던 것은 뭔가 동작하는 (공들인) 예쁜 스레기(!)를 만든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개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나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하는 용기를 주는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기획-디자인-개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했던 웹개발 해커톤 경험은 다시 돌이켜봐도 피가 되고 살이되는 경험이었다. 일정 매니징의 중요성, 서비스의 사이즈를 판단하고 파트간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 전체를 생각할 수 있는 넓은 시선, 작은 기능 안에 담긴 수많은 복잡다단한 고려사항과 정책들, 해보지 않았으면 결코 체감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나아가, AOAS와 함께했던 수많은 회의의 연속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팀원, 좋은 효율을 내는 회의 방식, 효과적인 문서화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들을 토대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좌충우돌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 개발에 대한 공부를 초반에 많이하다가, 어쩐지 요즘은 '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의 기획안과 나를 보고 함께해주고자 모인 이 고마운 친구들에게 최고의 시간과 팀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AOAS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AOAS는 여러가지 이유들로 현재 잠정 중단했지만, 우리 새로운 팀원들을 향한 나의 생각들은 AOAS 친구들을 보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팀원들이 생각한 것 이상의 노력으로 성장을 몸소 보여준 준. 준 덕분에 '묵묵히 해내는 팀원'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AI보다 AI같은 움직임으로 모든 회의 내용을 가독성 높고 센스있게 기록하며 정돈을 도맡아주던 산. 산과 함께하며 '문서화'의 감각과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회의록 상단에 목표 산출물과 회의의 타임라인을 만들어, 단계마다 우리가 뭘 했는지 짚고 넘어가주는 산의 센스와 안목을 옆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끊고 다음으로 넘어갈줄 아는 조제. 조제 덕분에, 팀 내에서 빠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영역을 한계짓지 않고, 스스로 a부터 z까지 해내기를 욕심내고 그렇게 마침내 해내는 설. 설의 그러한 자신감과 용기는 그대로 팀원들에게 전해져, '내가 감히..?'라고 생각했던 한계들을 깨부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우리는 비록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 여름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한 명 한 명의 장점과 좋은 에너지를 고스란히 갖고간다. 정말 멋진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로부터 받은 이 감정들을, 내가 만나는 또다른 우리 팀원들도 느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런 욕심과 다짐 속에서, 새로운 팀원들을 만났다. 뽀또, 오레오, 통크, 꼬북칩. 우리는 서로를 귀여운 닉네임으로 부르며 지난 일주일을 함께 했다.  과분한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시작했고, 열심히 함께 성장중이다. 함께 서비스를 구체화해가고 브랜딩 작업을 진행하며, 비록 온라인이지만 협업 방식에 있어서는 나름 순항중인 듯 싶다. 이곳의 좋은 친구들로부터 많은 도움과 조언을 얻으며 새롭게 하나둘씩 또 배워가고 있다.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단까지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시작했으나, 어느샌가 예상했던 것보다 진지하게 '좋은 팀'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좋은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서일까.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지만, 좋은 팀을 만들고 좋은 협업 경험을 만드는 것, 좋은 사람들을 남겨가는 것 - 길게 보았을 때 그런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많이 하고 있다. 그런 오래 남겨갈 수 있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성과를 잘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만들어낸 성과가 주는 짜릿함은 그 어떠한 것과 맞바꿀 수 없는 공동의 희열을 주므로, 오래오래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팀이 지속될 동기부여가 조금은 느슨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여러모로 '잘해내고 싶다', '어느 것 하나 대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을 위해, 우리 팀원들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작업과 짜릿한 협업 경험을 위해, 알아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기보다 내 시간을 많이 쓰고자 했다. 그런 부담을 팀원들에게는 주고 싶지 않고, 그냥 내몫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런데 왠지, 1주일 새에 팀원들에게 뭔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이 부담이 아닌, 에너지와 신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이다. 좀 조용히 열심히해야 멋있는데 나는 너무 시끄럽게 열심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ㅎ..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어와둥둥 부둥부둥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을 반성하게 되었다. 빈말이면 얼굴에 어색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오곤 했다. 대신, 진짜 대단하고 멋지다고 느끼면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포장해본다.. (내가 멋지다고 표현하면.. 진짜 멋지다고 느낀것이여..)  이 두개를 잘 섞어,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팀원들에게 '잘 해내고 있다고- 고맙다고-' 더 자주 많이 표현해주는 팀원이 되야겠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왠지 어려운 일들이기도 하다. 칭찬을 더 많이 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찌보면, 나의 욕심이 가득한 한 주였던 것 같은데, 빡센 여정을 함께해주어 새로운 팀원들에게 많이 고맙다. 벌써 왠지모를 약간의 전우애(?)가 형성된 것 같다. 내일 첫 일주일에 대한, 첫 회고일정이 잡혀있다. 당장 해야할 Task들이 급하긴 하지만, 4주 남은 프로젝트 기간을 봤을때 시간내서 회고를 진행하는게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팀 내에서 공유되었다. 그런데 어쩐지 생전 처음, 이 시간이 다소 긴장된다. 팀원들의 에너지 밸런스를 잘 조율해갈 수 있는 PM이고 싶은데, 속내들이 궁금하다. 내일 회고시간에 긴장 좀 하고 가야겠다.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회의 일지들. 알면 혼날거같지만 일단 몰래 올려본다~~

 

 

이제 디자인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시각적 결과물을 내야하는 작업 단계에 돌입했다. 디자이너들이 본격적으로 할일이 많아지고 쉴틈없어 지는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들을 북돋아주고 지지해주는 든든한 팀원이 되어줄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더해, 슬슬 개발자 팀빌딩 이후의 일정에 대한 고민들/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협업에 대한 고민들을 시작해본다. 기획-디자인 단계에서의 협업은 조금은 익숙한 경험이나, 클라이언트/서버와의 소통을 위해 지속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계속 꾸물꾸물 개발 공부를 따로 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수준으로 개발단과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도록 공부를 더 많~이 해야한다.

 

오늘 한 친구로부터 들었던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는데, '나는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아닌, '문제해결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듣자마자 유레카-했다. 바로 그거였다. 어떤 문제냐에 따라 기획 단에서 해결될 수도, 디자인으로 해결 될 수도, 개발로 해결될 수도 있다. 망치만 들고 있어서, 모든 것을 못으로 보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올해만 해도, 개발 공부를 고민하는 기획자에게 모든 것을 잘할 수도, 잘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글과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었다. 그럴때면, 모든걸 다 알고 이해하고 싶은 내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걸까 의심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개발자냐 디자이너냐 기획자냐는 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알았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문제해결자'였음을. 문제해결자가 되기 위해, 난 계속 성장할거다. 멋진 팀과 함께. 서비스 릴리즈까지는 당분간은 팀 노션페이지에 기록을 많이 할 것 같다. 그러다보니, 티스토리 포스팅이 줄었다. 그치만 우리 팀의 멋진 동반성장 스토리는 꾸준히 기록해볼 생각이다. 내일 팀 전체 회고 후, 또 한번 간단한 기록을 남기게 될 것 같다. 앞으로 학습일지도 좀 더 성실하게 써보자는 또다른 다짐과 함께, 두서없는 회고를 이만 줄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