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해를 얼마나 밀도있게 살고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올해로 대학교를 수료한지 2년이 다되어간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했다. 지난해에는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간디자인스튜디오에서 프리랜서 형태 계약으로 일을 했었다. 당시 회사에 다니면서 이런 저런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실효성 있는 성과물을 남기지 못했다. 근무했던 곳은 워낙 신생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다보니, 공식적인 경력 인정이 어려울 뿐더러 테크 기반의 인더스트리에서 유효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땐 그런 점들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퇴사후에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하다, 지난 3개월 간은 '서비스 기획'의 역량을 쌓고자, 토이프로젝트를 몇 차례 진행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이렇다할 성과물을 보여주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그간 해커톤에 참여하며 웹서비스 기획의 경험을 했고, 이후 직접 html/css/js/bootstrap을 학습하며 기본적인 웹 프론트엔드를 수행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웹 백엔드에 도달하기 앞서서, 현 팀원들과 함께 빅콘테스트2020에 도전하며 '데이터 리터러시 쌓기'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렇게 이번달 나는 통계학 아주 기초와 파이썬에 입문했다. csv나 엑셀파일을 주피터노트북에 로드해서 데이터를 전처리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어디가서 자신있게 '할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여전히 공부가 많이 부족하고, '성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 웹프론트엔드도 마찬가지. 깔짝깔짝 모든 것이 딱 그정도다. 우매함의 봉우리를 넘어, 전문가의 영역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깔짝 깔짝. 그 사실을 인정하자 엄청난 자괴감이 나를 괴롭혔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왔는데 그게 얼마나 밀도가 높았느냐는 의문이 든거다. 자기 자신만이 아는 그 민낯 앞에서 수치심을 느꼈다.

 

근 며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상에서 'Trap'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필요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뽑아내지도 못하고, 현 상황을 조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막연하고 막막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 24시간 통째로 인풋을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한 무직자인 나 뿐인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과는 고사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들 바쁘게 여러가지 일들을 핸들하며 참여하고 있는데, 나는 이거 하나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 전, SKT 공모전에서 5G기반의 비즈니스를 제안하라는 공모전에 임할 때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스스로 돌아보니, 그도 그럴것이 그 이후로 기술 동향 혹은 기술 자체에 대한 공부를 내가 한 적이 없었다. 몰라서 틀리면 실수지만, 아는데 또 틀리면 그건 바보짓이다. 올해, 그리고 작년, 그리고 근 세 달 동안 내가 실제 성과를 이끌어낸 게 뭐가 있을까. 나름대로 새로운 것들에 도전했으나, 딱 내가 편하게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만 시도했던 것 같다. '진짜' 도전에는 닿지 못하고 시작점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나는 나의 컴포트존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내 고집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이상의 성장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컴포트존을 맴돌고 있는데, 내 주변은 계속 나를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더 큰 도전을 해야한다. 더 큰 도전 앞에 스스로를 밀어넣어야 한다. 내가 상상하는 크기 이상의 도전 앞에서 나는 나를 계속 시험하고 스스로를 성장시켜야 한다. 왜 그래야 하냐고? 내가 그렇게 살고 싶다. 그렇게 성장하며, 고집스럽게 나의 길을 걸어가며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다. 요즘 최선을 다하며 살지 못하고 안일해진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뜻하지 않은 자격지심이 나를 괴롭게 했다. 내 스스로에게 떳떳한 하루들을 살고 싶다. 그래야 어디서든 떳떳한 사람일 수 있으니까.

 

나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야한다. 

 

지금 내가 기르고 있는 여타 테크닉들은모두 '도구'다. 그것을 나는 다시금 인지해야 한다. 내가 파이썬을 배운거? 코딩하는거? 그건 도구다.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요즘 나는 도구 쓰는 것에 함몰되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머리를 정지시켜 놓고 사는 것 같다. 우습게도 그렇다고 도구를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영역들을 잘 살려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방향에 맥락없이 나까지 휩쓸리기 이전에, 잠깐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거다. 이 생각이라는 것을 잘하려면 많이 알아야 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끊임없이 나만의 생각 근육을 키워놔야 한다. 다시금 깨달았다. 아, 그간 참으로 게을렀구나. 게으르면 바로 표시가 나는구나. 

 

 

 

흔들리지 않고 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벅찰만큼 숨가쁘게 몰입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부로 200%씩 성장곡선을 그리며 커나가야 한다. 적어도 스스로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성장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앞으로 장착할 수많은 도구들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할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나의 세계관을 구체화해 나가야한다. 머릿속에서 모터를 두개, 세개씩 돌리고 있어야한다는 소리다. 제정신으로 살면 안된다. 미친듯한 스퍼트를 내야한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할 Task만 보고, 그게 내 소명 전체라고 생각하며 잠시 쉬어갈 여유따윈 없다는 소리다. 소란한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는 없다. 스스로도 벅찰만큼 숨가쁘게 몰입하며 성장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게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자 지금부터 생각이라는 걸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