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정산] Who knows? 정신🧩

참으로 정신 없는 한 달이었다. 

8월에는 insightful한 포스팅을 많이 올려보고자 다짐했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9월이 다가왔다. 

 

거의 보름 정도 동안 만들어진 현재까지의 올 해 커밋 수

지난 한 달간 나의 tistory 피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코딩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될 줄 몰랐다. 2016년도에 호기롭게 도전했던 멋쟁이 사자처럼을 중간에 때려치고 코드는 다시는 안들여볼 것 같았던 내가, 돌고 돌아 다시 코딩의 세계와 만났다. 내 손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생기니, 과거에는 막막하고 어렵기만 했던 코딩이 새롭게 다가왔다. 무작정 코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기획의 단계부터 학습해온 요소들을 반영하며 와이어프레임, 기능명세서와 같은 기획 산출물을 만들어 개발의 단계까지 도달하니 누구보다 내 손으로 끝까지 만들어 가고 싶었다. 지난 한 달간 어찌저찌 삽질하며 웹 프론트엔드를 마무리해가고 백엔드 공부(삽질)를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재미를..재미를 느끼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버티지 못한 지난 과거의 나를 원망하기보다, 이렇게 돌아 돌아온 여정 속에서 더욱 나다워질 수 있었기를 생각해본다. 원망과 아쉬움은 현실을 바꾸지 못하기에.

 

 

또 하나, 18년도에 말도 안되는 감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툴을 처음 독학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8월에는 내가 겪었던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10회차에 걸친 일러스트 라이브 온라인 클래스를 열어 소소한 수익을 얻었다. 코로나 상황의 특수성으로, Zoom과 카카오채팅방을 이용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하단 카톡 캡쳐 이미지는 수업 초창기와 중반을 넘어설 무렵 수강생들과의 채팅창 상황으로, 수강생들의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일러스트강의 첫 수업 수강생들의 혼란가득 채팅방

 

중반이 넘어섰을 무렵 수강생들의 일취월장한 모습

 

교훈을 하나 얻게 되었는데, 어쩌면 나는 내 삶에 대해 그 어떠한 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말 뜬금없게 내가 NASA에 들어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거다. Who knows? 지금 내 관심 밖에 있거나 혹은 증오하는 것이 언제든 내게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더 활짝 열어두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내게 생소한 분야에 겁없이 발을 들여보고 있다. 흠.. '대책 없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어렵지만 이 상황이, 고통스런 이 공부들이 대책없이 재미가 있단 말이다. 

 

이제 내 주변의 친구들과 후배들은 이제는 하나 둘씩 모두 사회로, 다섯살 터울의 동생 또래들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회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때때로 불안지곤 한다. 2020년이 2021년에 가까워질수록 나의 나이를 곱씹어보게 된다. 나이는 참 상대적이긴하나, 주위를 둘러싼 목소리들과 소식들은 나를 자꾸만 조급해지게 만든다. 문득 문득, 서둘러 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언제까지고 이렇게 나만의 놀이터 안에만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렇게 나는 관성에 이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부스스해질 때가 있다. 

 

공부를 더하고 싶으면, 범위를 좁혀 대학원을 가야하는 걸까? 일단 어디든 취업을 해서든 뭐든 빨리 시작해야하는 걸까? 더 늦으면 기회를 잃게 될까? 공백기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나는 뒤쳐지고 있는걸까? 그런거라면 나는 누구에게 뒤쳐지고 있는걸까? 정답이 있을까? 지난해 그 누가 코로나로 전 세계가 이런 돌풍을 맞게 될 줄 알았을까? 나는 나만의 놀이터 속에서 눈가리고 애써 자기 위안 중인걸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쪽이든 결과가 말해줄 듯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이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내 눈에 잡히는 분명한 사실은, Online Product의 O자도 모르던 내가 지난 두 달에 걸쳐 우리 팀만의 웹서비스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었으나 현실은 절뚝절뚝 가고 있지만, 절뚝절뚝 걸어가며 과거의 나와 비교했을 때 분명 무언가가 바뀌고 있다. 뭔가 내 앞길의 지형이 바뀌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애써 구구절절 글자 뒤로 불안함을 내동댕이 쳐본다. 수많은 목소리들 가운데 답도 모르겠고 내 삶이 의심에 가득찰 때, 주문처럼 외워본다. Who kn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