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는데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면

나는 잠시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착각했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 후회와 아쉬움이 물 밀듯 밀려온다면, 그건 가만히 다시 생각해보니 최선을 다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최선이라는 게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지에 대해 또 생각한다. 아 맞다. 하며. 사실 나는 나의 최선의 깊이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라. 얼마나 아름다운 말이겠느냐만은, 누군가의 최선은 그 무엇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실 그게 진짜 최선인지도 규정할 수 없다. 최선이었다고 믿는 것이지. 현실은 언제나 냉엄하다. 가끔 운이 따를 수는 있지만, 예외는 없다. 그 기본적인 명제를 인정하지 못하면, 한 낱 운에 내 인생을 내걸게 된다. 그건 최선을 말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일이 된다. 파란만장 이십대의 나는 나의 최선만으로, 노력만으로 내가 무엇이든 능히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실상은 아직 나는 내가 원하는 지점에 가 닿은 적이 없다. 내 스스로 최선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지점에 가 닿은 적도 없는 것 같다. 다시 돌아가도 그 이상 잘 해낼 자신이 없을만큼 간절했는가? 불안을 대하는 태도도, 소란함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것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모진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도, 내 수준을 직시하는 것도, 복잡함 속에서 일을 쪼개어 장악하는 것도, 집요함으로 기어이 임무를 수행해내는 것도, 혼란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도, 한낱 자존심과 이기심, 자격지심에 장악되지 않는 정신력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겸손함과 겸허함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너무도 쉬운 평가와 비평, 가벼운 입놀림을 참아내는 것도, 부족한 여유 속에서도 감사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모두 실력과 노력의 영역에 속한다. 나는 그 모든 것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최선의 정도도, 최선를 다하는 것도 실력이다. 지난 2년 간 번번히 전방위적으로 나와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고 억울해하는 것만큼 부끄럽고 요행을 바라는 일이 어디있을까.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그저 결과를 받아들이고 담담할 수 있다는걸, 아직도 나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제보다 딱 한 가지 만큼만 더 나은 내가 되는 일이 왜이리 어려운 지 모르겠다. 어찌 매일 매일이 부끄러움과 휘청거림의 연속인지, 내 자신이 참 못났다.

지금까지는 그간 만들어지고 축적된 나라는 사람의
형체가 스스로 뿌옇고 희멀겋게 인식되어 왔었다면,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의 인격적으로, 역량적으로, 감정적으로 여러 벽에 부딪치며 그 희뿌옇던 나라는 형체의 선이 뚜렷하게 인식되는 것 같다. 마치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이 세트장의 벽에 가닿으며 현실을 마주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답게 살고 싶다고 선언해왔는데, 나라는 사람이, 나다운 것이라는게 이렇게 하찮구나라는 걸 배운다. 우주 만물 속에서 이 작고 하찮은 미물이 스스로를 그동안 얼마나 과대평가하며 살아왔나 싶다. 뭔가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면 또 얼마나 더 작아질까. 그러니 쉽게 취할 것도, 나에 대한 과대 평가로 지나친 좌절에 빠질 것도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마주하는 결과들을 담담히 마주하며, 더 넓은 세상과 나를 만나가는 것 그 뿐이다.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나를 마주하고, 거기서 시작해야한다. 그걸 몰랐다. 지금도 나는 아무것도 모를거다. 머리로 안다고 글로 적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의 차이는 천지보다 크니까 말이다. 이 글도 머지않아 너무도 부끄러운 기록이 되겠지 싶다. 더 겸손하고 간절하게 기꺼이 최선의 발걸음으로 걸어갈 것…... 대충 살지 말고, 제대로 살고 싶은데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