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g group과 Team의 차이

팀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6월의 마지막 날, 조제, 산, 설, 준, 스쿠버는 모여서 '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산이 '팀프레너십 (Teampreneurship)에 대한 인사이트풀한 세션을 준비해준 덕분에 풍부한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었다. 

 

환상의 팀워크란 무엇일까?

Team과 working group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학교에서 했던 '팀플'과는 개념이 다르다. 팀이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기보다, 함께 모였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그런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클래스 101의 초기 창업 멤버 8명이 수십번의 피봇을 거쳐 창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Real team'의 힘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이 그런 팀을 만드는가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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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원 스스로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팀에 기여하고 있음'을 느낄 때 팀 내 자존감이 높아지는데, 나는 이 '자존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말하는 '기여도'는, 누구는 기획을 담당하고, 누구는 디자인을 담당하고, 누구는 개발을 담당하고의 개념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 팀에서 의견이 분분할 때 핵심이 되는 말을 던지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사기가 떨어졌을 때 으쌰으쌰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담당할 수도 있다. 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은 너무나 많다. 사소하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팀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아는 것이지만, 이는 혼자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팀 내 상호 신뢰와 믿음이 형성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팀원들이 나를 알아주면, 그것을 개인은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각자가 어떤 단일한 목표를 위한 부품이 아니라, 함께 치열하게 비판하고 감싸주며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던 중, 설이 그런 말을 했다. 이 팀에 있으면, 굳이 설득과 해명의 단계가 없이도, 진정한 나로 있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이 다른 팀과의 차이점 같았다고 말하자, 조제가 곧바로 '눈빛만 봐도 모든 걸 아는 그런 사이는 없다. 팀에 있어서는 오버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과할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해야한다!'고 맞받아쳤다. 조제의 말에 산과 스쿠버는 끄덕였다. 사실 설과 조제는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진정한 나'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말을 해도 괜찮은 곳이라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때로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 있으니 더 많이 생각을 공유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바로 바로 서로 다른 의견들을 주고 받는 모습이 굉장히 긍정적이게 느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오차 범위를 줄이고, 보다 나은 팀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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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성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팀보다,
'우리는 안전하고 서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는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

-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中 -

 

지난 세션에서 가끔씩 '헛소리 콘테스트'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바로 이런 맥락이었다. 누가 제일 헛소리를 하는지 대결하자는 건데, 터무니 없어 보이는 말을 해도 괜찮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취약성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으며, 팀 내에서 완벽해야 할 필요도 없다. 서로 어떤 말을 하던지 간에 괜찮다는 안정감과 신뢰감이 있을 때, 오히려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이 Real team으로 가는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Real team이 되기 위한 도구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Working group에서 Real team, 나아가 High Performance Team으로 가는 단계

 

첫째, What이 아닌 Why에서 시작하라.

why로 시작하면, how, what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다. 

Start with why! /출처: https://medium.com/@kristingrims/why-great-leaders-inspire-action-what-if-we-can-measure-it-e315fe8c6224

앞에서 언급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뭔가를 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의 why를 갖고 모였을 때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what이 더욱 무궁무진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what에서 시작하면, 갈 수 있는 갈래가 굉장히 한정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why가 꼭 다 같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마치 '별자리'같은 것이라는 비유를 산이 제안해줬다. 개인의 미션을 엮어서 하나의 별자리같은 팀의 Why를 만드는 것이다! 이 why는 좀 더 궁극적으로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와 같은 넓은 차원의 why이면 우리가 나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____함으로써 _____한다. 라는 포맷에 맞춰, 우리 팀이 앞으로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여, 어떤 '영향력'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우리만의 별자리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둘째, 세션을 열고 닫는 Check-in과 Check-out

우리가 모여 세션을 오픈할 때 진행하는 Check-in이라는 절차가 있다. 여행을 떠날 때 공항에서 check-in을 하듯, 그날의 세션을 여는 가벼운 질문들이 제시되고, 팀원들이 그 질문에 돌아가며 답변을 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기분이 어떤지'와 같은 가벼운 질문이 될 수도 있고, 그날 세션 주제에 연결되는 질문을 하며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날의 세션이 끝날 때도 마찬가지로, 세션을 정리할 수 있는 느낌의 check-out 질문을 하고 돌아가며 답변을 하는 것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러한 사소한 과정들이 이 팀에 왔다는 Mind-set을 하는데 도와주고 보이지 않는 이 팀의 울타리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닉네임을 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사실 우리는 다 비슷한 또래라 수평적 관계를 위해 닉네임을 쓴다기 보다 이곳에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 모드 전환을 할 수 있는 장치로서 닉네임을 사용하기로 했다. 

 

열심히 기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곳곳에 간식은 필수.

 

칠판에 다양한 키워드들을 기록해가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팀으로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개인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치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가 마켓컬리를 창업하게 된 이유에는, 본인이 원래 '먹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가장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것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고 잘 아는 것에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웬만하면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고, 이미 세상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것은 그것을 얼마나 사랑하고 열성적인가에 있지 않나 싶다. 때문에,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 어쩌면 팀 내에서 개인의 why나 mission에 대해서 얼마나 공유가 되어있느냐가 정말 중요할 수 있겠다.

 

셋째, 우리 팀을 처방해줘, TS(Team Session)!

TS는 팀 세션의 줄임말로, TS 리더 2명이 짝을 이뤄 준비하는 세션이다. 이는 그때마다의 팀 상황을 진단하고, 그 때에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진행하는 것인데, 좋은 팀이 되기 위해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시행하는 일종의 워크샵같은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개념이 나와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라면, 그것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학습 세션을 준비할 수도 있고, 너무 스케줄이 몰아쳐서 번아웃이 올 것 같은 상황이라면 다 함께 숨을 돌릴 수 있는 힐링 캠프 세션을 준비할 수도 있다. 해당 세션의 기획은 한쪽에 편향되지 않도록 2명이 짝을 이뤄 의논하고 대화하며 진행하도록 한다. 팀 세션의 목적은, 팀 닥터가 되어 팀의 상황을 중간 중간 진단하고, 팀 프로젝트를 보다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산이 '팀프레너십' 세션을 준비하게 된 이유도, 준이 던진 질문에 있었다. 본격적인 팀프로젝트 돌입에 앞서서, 우리가 팀의 미션, 그라운드 룰 같은 것을 정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는데, 준이 실제 업무를 진행하기에도 사실 빠듯한 시간인데 이것이 얼마나 어떻게 중요한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팀 프레너십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준을 위해, 또 나머지 멤버들도 다시 한 번 팀에 대한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팀프레너십 세션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세션 뒤에는, 우리가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용어들인, 디자인 씽킹, 린스타트업, 애자일, 디자인 스프린트와 같은 개념들에 대해 알아보는 학습 세션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처럼 팀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그때 그때마다 팀을 위한 세션을 앞으로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식사의 끝은 디저트가 아니라 설거지

Post-motorola라고도 한다. 매 세션/프로젝트가 끝나면, 무엇이 좋았는지/ 좋지 않았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 번에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다 함께 회고하며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지금은 망한..(?) 모토롤라에서 사용하던 방법론이라 post-motorola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Post motorola/ 출처: https://twitter.com/meikinn/status/705718052902543360

조제, 산, 스쿠버, 설은 모두 MTA 교육을 이수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러한 팀프레너십과 관련된 교육들을 받은 바가 있다. Post-motorola도 그때 학습한 도구다. 산은 개인적으로도 지난 학기를 마치고 자체적인 post motorola를 진행했다고 한다. 방법은 단순하다. 종이/화이트보드를 크게 4분면으로 나누고, Good, Bad, Learnt, Next Action? 을 각각 자유롭게 팀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핵심은 '성찰과 기록'에 있다. 여기서 '식사의 끝은 디저트가 아니라 설거지다.'라는 명언이 나왔다. 어쩌면 성찰과 기록은, 매 프로젝트나 세션 이후에 진행하는게 귀찮거나 버거울 때가 많다. 그러나 과정에 열심히 임한만큼, 그 과정을 다함께 회고하며 무엇이 좋았고 나빴는지 공유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이 과정이야말로 완벽한 프로젝트의 마무리다. 지금도 그래서 귀찮은 손을 이끌고, 이날의 기억들을 이렇게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닥스에 다함께 회의를 진행하면서 공동으로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또 이렇게 따로 정리하면서 이날 나눴던 이야기들을 복기해보고 다시 한 번 더 마음 속에 새겨보는 것이다. 

 

 

#Learning by Doing #마시면서 배우는 술게임

세션을 준비해준 산의 비유들이 너무 찰떡같았다. Learning by Doing은 마시면서 배우는 술게임같은 거라니. 이해가 참 쏙쏙 잘 된다. 우리가 책상 앞에만 너무 많이 앉아있다면, 우리 스스로를 의심해봐야 한다. 실제 문 밖으로 나가, 세상이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어서 실행해보며 배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공유했다. 어설프지만, 그 어설픔을 감당하면서 배우는 것! 너무 많은 자원을 한 번에 투자해서 실패의 부담이 커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빠르게 순환하며 학습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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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도구일 뿐!

우리가 많은 도구들과 방법론들을 학습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보다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점을 항상 기억하고 도구 사용과 목적이 주객전도되지 않도록 유념해야겠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 사용에 얽매여 본 목적에 멀어져서는 안 된다. 어쩌면 다양한 도구들을 실험해보며 팀 내에 합의된 디폴트값을 만들고, 그 뒤로는 점점 규칙과 규율과 도구들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다. 팀을 최소한의 장치로 심플하게 유지하며, 팀원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이 있는 flexible한 Real team, 나아가 High Performance Team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나눈 팀프레너십